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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백제 산성

금산 평촌리산성 : 백제 두시이현의 치소

<2022년 1월 23일 / 1월 30일>

 

 

 

<2010년 4월 10일>

 

남부여의 젓줄 금강. 전북 장수군 수분리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충청도와 전라북도를 적시며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에 이르러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발원지에서 강 하구까지 천리를 흐르는 이 강은 무주, 금산에서는 적벽강이라 불리우고, 영동 양산에 이르러서는 양강이라 불리우며, 남부여의 고도 부여에서는 백마강이라 불리운다. 남부여와 신라의 고대 교통로는 금산의 제원과 영동의 양산을 잇는 양강길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양산덜개기’는 이곳을 두고 피아간 물고 물리는 접전이 빈발했다.

 

금산읍을 동북으로 휘돌아 제원면 제원리에서 금강에 합류하는 봉황천의 동방에는 금산군 부리면이 있다. 봉황천을 사이에 두고 금산읍의 동남방에 위치하는 부리면 평촌리에도 남부여의 두시이현성이 의연히 자리를 지키며 금강을 좌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금강 너머를 바라보면 영동군과 무주군의 깎아지른 산악들이 남북으로 도열해 남부여와 신라의 자연 국경이 되어 범접을 허용치 않는다. 북에서 남으로 월영봉, 갈기산, 성주산, 양각산, 노고산이  버티고 있고 자연 해자인 금강이 있는 한 금산 평촌리 산성을 위협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산 '덜개기'가 신라군에게 뚫리기라도 한다면 평촌리산성은 자연스럽게 적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무주 방변의 적벽강길로 후퇴할 수는 있어도 보급 조달이 요원하여 수성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임진왜란시 금산 의병이 전술적 요충인 양산 '덜개기'를 버리고 금산벌에서 항전하였으나 대패한 오류가 있었다. 물론 숫적이나 물적으로 부족한 의병이 결과론으로 금산전투에서 패배하리라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을런지는 모르나  '덜개기'를 버림으로써 군사적 손실은 엄청난 것이었다.

 

평촌리 산성은 비록 남부여의 양산덜개기를 지키는 일차적 임무는 없었으나, 남부여와 가야의 교통을 보호하는 남부여의 대가야로 호위 방어성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낸 듯하다. 오늘날 무주는 '무풍+주계'가 합쳐진 이름이다. 신라가 대가야를 합병하고 백두대간 덕산재를 넘어 무풍지역까지 점령하였으나, 이전까지는 금산 일부까지도 대가야 땅이었다. 따라서 평촌리 산성의 초석은 가야인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남부여와 가야가 관산성 전투에서 연합한 까닭은 바로 신라군이 금강을 너머 남부여와 가야의 땅을 동시에 위협하였기 때문이다. 이 전투에서 남부여 가야 연합군은 패하고 가야도 멸망하자, 신라는 무풍까지 진격하였고 무주 남대천에서 무풍의 신라군을 지켜내는 것은 남부여의 적천현성(신라때는 단천현, 고려때 주계현이다가 무풍현에 병합되었다가 한말에 무주군이 되었음)이 일차적인 임무였으나, 이곳 평촌리 산성은 적천현성의 후방성 역할도 수행했으리라.

 

이러한 지리적 분석 결과, 평촌리 두시이현성은 양강의 신라군과 무풍의 신라군을 위협하는 남부여 최전선 방어선의 후방기지로 중간 고리 역할을 했던 것을 이중의 임무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동쪽 금강 너머에 북에서 남으로 월영봉, 갈기산, 성주산, 양각산, 노고산이  버티고 있고 자연 해자인 금강이 있다 하더라도 높은 고개를 신라군이 넘어 들어와 주계와 금산의 연결고리를 끊는다면 남부여 최전방 방위선은 일시에 균형을 잃고 무너질지 모른다. 바로 평촌리 산성이 이 연결고리를 잇는 강력한 쇠사슬인 것이다.

 

들머리는 선원리 선원부락에서 시작하였으나 안내판이 없어 헤매다가, 동네 청년이 길을 가르켜주어 그때부터 답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선원1리 마을 이정표, 아담하며 예쁘다.

 

 

 선원리 옛날 방앗간, 할머니가 내내 필자를 지켜보고 있다.

 

 

 양철 지붕의 방앗간이 70년대풍을 간직하고 있어 그 시절이 떠오른다.

 

 

 뒹겨가 흘러나오고 있다. 완죤 유년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황토담이 무너져 시멘트로 임시 처방할 때, 그림솜씨 자랑좀 했군. 해바라기에 잠자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이한 방앗간일 듯하다.

 

 

 

 

 

 방앗간 전경

 

 

 산성 오르는 길, 선원 마을 뒤 절집에서 오르는 길

 

 

5분여 오르면 무덤이 나오고 여기서 주변 산들이 조망된다.

 

 

두번째 능선이 제원면 저곡리 소사봉(309.1m),  그 너머 왼쪽 봉우리가 천내리 산성이 있는 자지산(어감이 다소 이상타^^), 천내리산성은 남부여 산성으로 '양산덜개기'를 통해 들어오는 신라군을 항시 감시할 수 있다. 오른쪽 봉우리가 영국사 뒷산 천태산(714.7m) 이며, 이 천태산 줄기는 대성산, 장용산, 마성산을 거쳐 옥천읍 서계의 관산성까지 이어진다. 신라군의 주요 방어성들이 이곳 천태산 줄기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맨 뒤에서 떡하니 형처럼 버티고 있는 산이 충청남도 제일봉 서대산(904.1m)이다. 충남에는 1,000m 이상 되는 산이 없다. 서대산이 제일 높다.

 

 

 묘지 뒤로 오르면 나타나는 산책로, 참고로 이 길은 금남정맥에서 뻗어나온 성치지맥상에 있다. 성치지맥은 금산 봉황천을 남으로 감아돌아 봉황천과 금강이 만나는 금산 제원면 저곡리 합강지역에서 맥을 다한다. 합강 지역인 저곡리 구레기 마을 뒷산인 소사봉 부근에도 산성이 있어 신라군을 일차적으로 방어했다.

 

 

성치지맥 산행꾼들이 걸어둔 표시기

 

 

앗, 올무다. 동물 잡을라다 하늘도깨비 잡겠다. 인삼밭을 지키려는 농부의 마음은 알겠으나 사람이라도 잡으면 큰일 나것다.

  

 

 토끼길에 놓아둔 올무

 

 

올무에 질려 밭으로 내려오다 동네 청년을 만나 평촌리 산성에 대해 물어 봤다. 산성을 찾는다고 하니 신기한듯  어릴 적 놀던 곳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켜 준다.

 

 

인삼밭을 만들고 있다. 올무를 만드는 이유도 알겠다. 산행을 다닐 적에는 항상 조심 조심!

 

 

선원리 마을 가는 길

 

 

이곳에 오르니 산성길 답사가 편한할 듯

 

 

선원리 뒷산 오르는 길

 

 

 평탄한 산책로

 

 

 산성이 보인다. 평촌리 산성은 토성으로 돌무더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산성 정상의 건물터 자리, 후대에 동네 사람들이 잘 가꾸어 놓았다. 묘지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드디어 금강 줄기가 보인다. 북으로 역행하는 금강! 오른쪽 평지는 부리면 신촌리이며, 제원리 앞까지 힘차게 역류한다.

 

 

 불끈 솟은 자지산

 

 

 건물터 자리, 후대에 밭으로 개간된 듯하다.

 

 

산성의 장대지 자리에는 묘지가 들어서고, 명당을 잘 골랐군! 세월이 의구하구나! 

 

 

 개나리도 피고

 

 

 

 

평촌리 산성 정상에는 비교적 평탄한 자리가 무척 넓어 보인다. 이 모두 건물터 자리로 보이는 바, 주변 둘레가 약 680m로 주변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바로 남부여의 두시이현성으로 추정하는 바, 신라에서는 이성현성으로, 고려에서는 부리현으로 불러 현재의 지명에 이르렀다. 부리현은 조선에 이르러 폐현되고, 금산군에 병합되었다.

 

 

건물터 1

 

 

 건물터 2

 

 

 건물터 3

 

 

 동쪽 장대지(여기도 묘지)에 서면 금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평촌리 들이 보인다. 평촌리 들을 흐르는 내의 이름이 현내천인 바, 이곳이 고려 때에는 부리현 즉 남부여의 두시이현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금강의 별칭인 금산의 적벽강이다. 평촌리에서 예미리로 들어가면 옛날 다리인 수통교가 나오고, 수통리에서 다시 적벽교를 넘어가면 적벽강이 나온다. 이 주변에서 대장금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앞선 제일 높은 봉이 양각산(479.9m)이며, 뒷선 왼편의 봉우리가 바로 성주산(623.9m)이다.

 

 

 금산 부리면 예미리

 

 

한컷 더

 

 

 

 

 다시 내려오며 서쪽 장대지 부근에서 다시 본 자지산, 다음 산성 탐사가 기대된다.

 

 

 

 

 

 

 

 

 애마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선원부락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산성의 서벽

 

 

장대지 서벽

 

 

 서벽, 올려다 보니 위용이 느껴진다.

 

 

새로운 올무, 하늘도깨비 오늘 살아 돌아 가겠나? 

  

 

 바로 이놈 지킬려고 주변에 올무 밭을 만들어놨구나! 허허, 금삼이로세!

 

 

또야, 세번째 올무

 

 

네번째 올무

 

 

다섯번째 올무

 

 

 휴, 살았다. 하늘도깨비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