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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백제 산성

완주 고성산성 : 구름 사다리를 타고 가야로 가는 길 - 백제의 지벌지현의 치소인가?

<2023년 5월 21일>

 

<표제사진 - 고성산성 정상에서 바라본 경천저수지>

완주 고성산성에 다시 오른 건 14년만이다. 옛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2009년 2월 8일>

 

하늘도깨비는 지난 2년간 미뤄둔 숙제를 하고 있다. 산성 답사를 다녔건만, 초기에는 사진을 찍지도 않았고, 얼마 후 사진을 찍었지만 블로그 생활도 하지 않아 답사기도 쓰지 않았다. 최근 휴대폰 사진들을 정리하려는데, 답사기 치고는 사진량이 부족함을 알았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생각해서 무엇하리. 되는 대로라도 올려야지... 주옥 같은 광경들도 많았는데, 휴대폰 두고 산행한 날도 많고... 쩝. 오늘은 지벌지현성 답사기를 쓰려고 한다.

<삼국사기 잡지 지리조>에 따르면, 남부여의 덕근군에는 속현들로 가지내현, 지량초현, 지벌지현이 있었다고 한다. 덕근군은 오늘날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논산시 은진면 일대이다. 가지내현은 지금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에서 발원한 물이 논산 탑정저수지로 모여 논산 시내를 북서방향으로 휘감아 도는 논산천의 포구와 그 근방이었다. 치소는 황화산성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신라의 삼한통일 이후 덕근군은 덕은군으로 개칭되었고, 가지내현은 시진현으로 개명되었는데, 이 두 지역이 합쳐져 조선의 은진현이 되었다. 즉 덕은의 '은'자와 시진의 '진'를 합쳐 은진으로 불렀다고 한다. 옛날에는 지금의 논산 시내보다는 지금의 은진면 일대가 더 중요시되었다. 

지량초현은 지금의 익산시 여산면 일대이며, 치소는 여산면 소재지 뒷산인 당재산의 당치산성(혹 당산성)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벌지현은 오늘날 완주군 화산면과 운주면 일대로 비정한다.

남부여의 덕근군은 사비 도성의 동남부지역으로 육로상 대 신라루트와 대 가야루트의 출발지이다. 대 신라루트는 백제왕릉원이 있는 사비 외성을 나와 덕근군을 거쳐 황등야산군(오늘날 논산시 연산면 일대)의 황산벌을 지나 지금의 계룡시 양정고개(금남정맥 상에 있으며, 유력하게 탄현으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다.)를 넘어 신라로 갈 수 있다. 한편 대 가야루트는 역시 덕근군을 거쳐 지금의 탑정저수지를 지나 장선천을 따라 대둔산으로 들어가면 완주군 운주면 용계산성이 나온다. 고당리산성(이 산성은 지금의 쑥고개를 지키기 위함이다. 쑥고개는 숯고개의 발음이 와전된 것이라 하는데, 숯고개를 한자로는 탄현이 된다. 이런 연유로 이곳을 탄현으로 비정하기도 한다.)을 지나 금산 남이면의 백랑성을 거쳐 가야로 갈 수 있다. 물론 이 루트는 반도에서 가야가 멸망한 후에는 신라의 낙동강 동안 유역으로 가는 길로 바뀐다.

지벌지현은 이러한 대 가야루트 확보에 중요한 지역이었다. 신라가 삼한 통일을 한 이후로는 운제현으로 개칭되었는데, '구름사다리'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제목을 '구름사다리를 타고 가야로 가는 길'이라고 명명해 보았다. 그러나 지벌지현의 치소는 사비를 중심으로 하는 대 가야 루트 상에 있지는 않다. 치소는 오늘날 완주군 화산면 소재지 뒷산에 있는 고성산성이었다. 그 연유를 근착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으로 사료된다. 남부여 무왕은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후록 모질메에다가 왕궁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 남부여를 재편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모질메 왕궁에서 신라로 출발하려면 지벌지현의 치소로 고성산성이 적합하였다. 모질메 왕궁-우소저현(지금의 호남고속도로 익산나들목 부근)-지벌지현(완주군 화산면 고성산성)-용계재(불명산 화암사 옆 고개)-용계산성(완주군 운주면)-고당리산성(완주군 운주면)-백랑성(금산군 남이면)을 통해 무왕 당시 신라로 갈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벌지현의 치소로는 사비 도성 중심일 경우에는 용계산성이 적합하고, 익산 모질메 왕궁을 중심으로 보면 고성산성이 적합한 듯하다. 하지만 루트 상으로만 보면 용계산성은 반드시 지나야하는 길목으로 필자가 보기에는 용계산성이 치소로는 적합한 듯하다. 그러나 현의 경제 생산성(농업 생산성)과 덕근군의 유기적 연관성(작은독고개와 대치를 넘어면 바로 지량초현-익산시 여산면 일대-이 나온다.)을 고려한다면, 고성산성이 지벌지현의 치소로 적합하고, 용계산성은 오히려 덕은군 직할 아니면 중앙군의 수비성으로 관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 이제 구름사다리를 타고 대둔산으로 들어가는 지벌지현성을 만나보자. 그리고 가야나 신라로 들어갔을 남부여인들의 생각속으로 빠져 보자.

고성산성은 화산면소재지 뒷산인데, 개인 사찰 뒤로 올라가면 산성가는 길이 나온다. 절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당...

 

 

 화산면 춘산리 가는 길, 이 길을 따라 북으로 가면 금강기맥 상의 말목재를 넘어 가야곡면을 거쳐 바로 은진면(남부여의 덕근군)으로 들어간다. 이것만 보아도 고성산성이 지벌지현의 치소로 유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름사다리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대둔산을 가로막고 있는 능선과 능선들

 

 

고성산 정상

 

 

 산성의 동벽 보루

 

 

 동벽 보루에 서면 경천저수지가 보인다. 경천저수지 일대의 마을들은 오늘날 화산면 운제리로 편입되어 있는데, 남아 있는 지명으로 추정컨대 이곳 일대가 지벌지현의 치소임이 분명한 듯하다. 경천저수지를 지나면 경천면 소재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불명산 화암사 옆의 용계재를 넘으면 완주군 운주면의 용계산성이 나온다.

 

 

경천저수지, 고대에는 수원이 풍부한 전답이었을 듯...

 

 

자연 성벽인 절벽, 아랫길로 북으로 나가면 말목재가 나오고 논산시 가야곡면 왕암리를 거쳐 은진면 즉 남부여 덕근군으로 직행할 수 있다.

 

 

한컷 더

 

 

 고성산 정상의 송신탑

 

 

내부 산책로

 

 

고성산 서편의 봉우리. 불현듯 산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저곳에도 알려지지 않은 보루가 있나 싶어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하산하기 싫어 그대로 직행하다가 절벽을 만나 개고생하다가 겨우 내려왔다. 절벽 같은 곳에서 도로로 사람이 내려오니 지나가던 주민들이 간첩보듯 했다. 나 도깨비여! 하늘도깨비! ㅋㅋㅋ

 

 

서남벽의 돌탑과 서편 봉우리

 

 

돌탑

 

 

 서벽

 

 

 남벽의 위엄있는 모습

 

 

절벽위에 쌓았기 때문인지 그 위용이 제법 느껴진다.

 

 

화산면 소재지 마을에서 올려다 본 고성산성의 자태. 테뫼식 산성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뫼(산)에다 테를 둘러잖아! 그래서 테뫼식인겨! 그런데 고성산성 답사 결과 현의 치소치고는 어딘지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루성 보다는 커지만 현의 치소가 될려면 건물터도 있어야 하는데... 이 일대 산성들이 많으니 다음 기회에 운제리 근방을 한번 뒤져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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