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4일>
<표제사진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가막교 부근의 금강>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필자에게 역사적(?) 부채를 짐지운 인물들이 있다. 가깝게는 노무현이고, 조금 멀게는 정여립과 허균이다. 오늘은 정여립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정여립은 '천하는 천하의 천하다.'라고 했다. 조선 봉건을 단박에 뛰어넘는 혜안이다. 허나 닫힌 세상을 단숨에 초월하긴 어려웠으리라. 열린 세상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던 노무현조차 용납되기 어려운데, 하물며 왕의 천하에서 '천하는 공물(公物)'이라고 외쳤으니 그의 비극은 예견된 바다.
송익필이 기획하고, 선조가 후원하고, 정철이 실행한 기축옥사는 정여립모반사건으로 명명되었다. 정여립이 실제 모반하였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를 기화로 호남과 강우학파의 선비 1,000명이 학살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선조나 송익필 그리고 정철 등은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와 다를 바 없는 학살자들이다. 이후 조선은 국풍이 분열되어 왜란, 호란을 겪고 끝내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른다. 조선 왕조의 몰락은 5백년 동안 자행된 학살의 업보다.
필자는 정여립의 사상을 평가할 능력도, 입장도 아니다. 조선 봉건 사회에 갑자기 공화주의를 들고 나온 낮도깨비 같은 인물이다. 사람이 시대를 초월할 수 있을까? 정여립이 꿈꾸던 세상은 적어도 형식상으론 완성되었다. 허나 대동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초여름 어느 날, 필자의 발걸음은 어느 공화주의자가 건설했다는 조선 봉건의 해방구를 향하고 있었다.
구량천
천반산 휴양림 우측으로 천반산 등산로가 있다.
안내판
들머리
멀리 서방으로 마이산이 두 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 보인다.
북방
아래로 구량천이 보이고...
천반산 깃대봉(646m)
성터 가는 길
천반산 깃대봉
전망바위
전방바위 앞 소나무 자태
서쪽 가막교 부근의 금강
앞 능선 제일봉이 천반산성이다.
천반산성. 진행할 능선이다.
천반산성 가는 길
말바위
이곳에서 정여립이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안부가 바위로 이루어진 곳은 처음본다. 느낌은 인공 구조물 같지만 실제 바위다. 말 안장 같다.
구량천이 보이고...
장전마을.
말바위 안내판
천반산성 성벽
천반산성은 초축이 어느 시대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정여립이 혹 있을 왜란을 대비하여 대동계를 동원하여 개축했을 가능성은 있다. 인근 주민의 장기 농성으로 매우 적합한 산성이다. 정여립이 자살(실제는 척살일 가능성이 높다)한 기축옥사 후 3년만에 왜군이 쳐들어왔다. 그것이 임진왜란이다.
천반산은 소반같이 납작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사방이 험준한 지세 위 성터의 면적이 만평 이상이라고 하니 장기 옹성으로 적합한 천연 요새라고 할 수 있겠다.
한림대 가는 길
뜀바위와 송판서굴 가는 길. 하산길이나 갑자기 천반산성을 둘러보고 싶어 한림대로 향한다.
내부 평지. 평탄지 규모로는 우리나라 제일의 산성인 것 같다. 하긴 만평 이상이라고 하니 웬만한 농사도 가능할 듯.
훈련터
가막마을 가는 등산로
성돌의 흔적
조금 내려와 본 성벽의 모양이 완연하다.
한림대터. 망루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림대 아래 금강과 가막교
멀리 마이산도 보이고...
할미굴 가는 길
내부 평탄지 규모가 엄청나다.
다시 돌아나오며...
천반산(성터) 비석이 있던 곳.
옛날에 인가가 있었던 흔적. 화전농사는 충분히 가능할 듯.
반대편으로 구량천이 보이고.
산성의 끝자락. 천반산성의 규모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넓다.
송판서굴 가는 길. 이곳도 성벽이다.
성벽 마무리 구간. 송판서 가는 길은 된비알을 내려와야 한다.
송판서굴
송판서는 송보산 선생이다. 단종 폐위에 반대하여 처가로 낙향하여 이곳에서 은거 수도하였다고 전해진다.
굴에는 박쥐 두마리가 살고 있었다.
굴의 샘. 물은 박쥐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옆굴. 다시 된비알을 올라와 뜀바위로 향한다.
뜀바위 부근
전설은 전설일뿐
뜀바위 부근이 산성의 끝자락이다. 역시 석축의 흔적이 보인다.
완연하다
뜀바위 부근의 평탄지
뜀바위
아래에서 바라보다.
뜀바위에 오른다. 조금 위험하니 조심 조심.
구량천이 쌍태극, 삼태극으로 돌아간다. 하산해서 가야할 장전(진밭)마을.
구량천과 함께 나란히 서류하는 49번 지방도
뜀바위 건너편 바위
천반산 깃대봉. 지나온 능선.
뜀바위를 내려와 능선을 걷기 시작한다. 능선을 걷다가 다시 전망 좋은 곳이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김밥을 먹었다.
가막교에서 내려온 금강. 최종 하산 지점이 금강과 구량천이 합수하는 지점이다. 금강과 구량천이 연이어 태극을 그리며 서류하다가 합강하는데 그곳에 죽도가 있다. 죽도는 내륙의 섬이라곤 하지만, 실제는 벼랑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만 그 벼랑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사실상 섬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벼랑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절단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진짜 섬이 되었다.
정면에 송판서굴이 보인다.
그 아래로 흐르는 금강
내려오다가 보니 다시 반대편으로 구량천과 깃대봉이 보이고...
날머리. 최종하산지점
이어진 벼랑이 사라져 죽도는 진짜 섬이 되었다.
죽도의 벼랑
죽도가 진짜 섬이 된 것도 운명일터. 죽도선생 정여립이 바란 것은 아닐까?
바위면이 칼로 짜른 듯 반듯하다.
죽도
지금은 이곳이 구량천과 금강의 합수부이지만, 예전에는 조금 더 내려가야 했다.
장전마을 가다가 오늘 등산한 능선을 조망해본다.
구량천
구량천 잠수교. 구량천은 장수군 안성면 일대 덕유산에서 발원한다.
천반산성 부근
말바위 부근
49번 지방도 따라 천반산휴양림으로 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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