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7일>
표지사진- 오례산 서봉
표지사진-오례산 동봉
전날 창원에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녀석들이다. 창원 누나네에서 1박하고 아침에 싸준 김밥을 챙겨들고 25번 국도를 타고 경북 청도로 달려갔다. 낙동강(수산대교)을 건너 밀양 시내로 진입하니 마음이 설렌다. 사로국(신라의 전신)과 맞짱을 뜬, 아니 사로국의 안위를 위협한 이서국의 원향에 왔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바쁘다. 사로국이 아닌 이서국이 낙동강 유역의 패자(覇者)가 되었다면, 우리 고대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하는 짜릿한 상상도 즐겨본다.
이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가야의 동서대로 간선 상에 위치한다. 사로국 금성에서 낙동정맥을 넘어면 바로 이서국이며, 이서국에서 낙동정맥의 지맥인 비슬지맥의 비티재를 넘어면 비자국(비자화 내지 비자벌에 위치한 지금의 창녕 일대)이 나온다. 비자국에서 낙동강을 건너 다라국이나 대가야를 거쳐 백두대간을 넘어 서해의 가야포(지금의 전북 부안)로 갈 수 있다. 그만큼 사로국 입장에서는 이서국을 넘어서지 못하면 낙동강 중하류 권역을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서국은 금성이 외부인들에게 함락되기라도 한다면 항상 긴장 상태를 늦추지 않고 다른 폴리스들과 협력하여 가야 내부의 급격한 변동을 막았던 것이다. 이 부분도 이서국이 영역에 비해 군사 강국이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서국하면 연상되는 나라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정복할 수 없는 땅’이란 뜻이다. 많은 가야폴리스 중에서 사로국(신라의 전신)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반도의 궁벽한 동해안에 자리 잡은 작은 폴리스였던 사로국은 북방 유민의 동력으로 낙동정맥을 넘어 낙동강 중류 유역으로 진출을 도모했다. 하지만 4세기가 다가와도 자신의 동남쪽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겨우 동북쪽으로 영역을 확장하였을 뿐이다.
그것은 반도의 아프가니스탄인 이서국의 존재 때문이었다. 추정컨대 서라벌과 사로국의 초기 역사에 등장하는 왜는 이서국의 군대를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낙동강 중류 유역에서 이서국의 지위는 확고하였다. 이서국은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이 북에서 남으로 주행하며 이룬 충적토 유역에서 자생한 가야폴리스였다. 동으로는 낙동정맥이 높이 솟구쳐 사로국의 침공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으며, 설혹 사로국 군대가 운좋게 낙동정맥을 넘었다 치더라도 밀양강 지류인 동창천과 단장천의 긴 협곡 때문에 포위될 가능성이 있어 이서국을 침공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오히려 사로국이 이서국의 침략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청도 오례산성은 낙동정맥을 넘어 동창천 협곡으로 들어오는 사로국 침공에 대비하여 쌓은 산성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청도와 밀양을 잇는, 밀양강 본류와 평행을 이루며 이서국이 낙동강 하류로 나갈 수 있는 간선 도로망 중간에 오례산성이 위치한다. 밀양강과 동창천이 합강하는 요처에 위치한 오례산성은 사로국이 이서국을 침공하고서도 낭패를 볼 수 있는 절묘한 곳에 위치해 있다.
밀양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청도로 가다가 운문사 방향의 58번 국도로 갈아타고 5분여 가다보면 좌측에 승학사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승학사 입구. 주차시키고 등산 준비를 하는데 대명화 보살님이 혼자 산행하기에는 위험할텐데 하며 친절하게 등산로를 가르쳐주었다. 오례산은 산불이 난 이후 서쪽 봉우리 가는 등산로가 불명확해져 있었던 것이다.
승학사에서 바라본 서봉
동봉과 서봉 사이로 험한 계곡이 오례산성을 자연 방어하고 있다.
오례산 동봉
승학사 뒤 신대사 입구
오른쪽은 동봉 가는 길이이라고 알려주었으나 답사하지 못해서 추천할 수는 없겠다. 왼쪽 길이 서봉 가는 길이다.
서봉 가는 길(농장 가는 길)
동봉의 위용스런 모습
동봉
바위
바위 옆의 옛집 담인듯...
오례산성 계곡. 동봉과 서봉의 위용만 보더라도 험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서봉의 위엄
동봉의 위용
너덜지대1을 지나고
오례산은 암산과 육산이 5:5 정도다. 너덜지대가 많은 것으로 보아 바위가 튼튼한 암석은 아닌 것 같다.
동봉
망개 열매
표지기
불탄 나무가 쓰러져 있고...
옛집의 돌담...
노란 표지기
노란 표지기는 좌측 서봉 가는 길이고...
빨간 표지기
빨간 표지기는 우측 계곡 가는 길이고...산행 후 알았지만 빨간 표지기로 들어서는 순간 오례산 등산이 힘들어진다. 시간도 길어지고...보기에는 편한 길이라서 우측으로 가기 쉽다.
하늘도깨비는 아무 생각없이 우측 길로 접어든다.
너덜지대2
계곡이 나온다.
계곡 물이 햇빛에 반짝인다.
너덜지대3
아예 돌들이 등산로 아래까지 점거하고 있다.
너덜지대를 지나야 한다.
너덜지대3에서 바라본 동봉
너덜지대3 끝자락에서 좌측으로 올라갈건지 아니면 계곡 길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동봉
너덜지대 바위 틈에도 단풍이 들고... 하늘도깨비 조금있다가 고생할 일도 모르고 풍류에 잘도 노는구나. 한치 앞도 모르는 어리석은 도깨비야!
너덜지대3의 돌들. 도깨비를 삼킬 것 같다. 조심~ 또 조심~
건너편 동봉
무슨 나무의 열맨지...
계곡 아래
동봉과 서봉 사이의 계곡(말이 계곡이지 폭포에 가깝다)
너덜지대3에서 계곡 길을 택한다. 솔직히 너널지대 윗길로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알고보니 너널지대 윗길을 택하는 것도 계곡가는 길에 비해서 낫지 싶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례산성 등산로로 승학사 계곡은 일반적인 산행 코스로는 위험하다. 청도읍 거연리 방면에서 임도를 타서 오례산성 서문터로 올라오든지 아니면 청도읍 구미리 청도환경관리센터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이 안전할 듯하다. 승학사 계곡은 산불로 인해 중도에 길이 불분명하고 끊어짐으로 인해 등산로 정비 전까지는 스릴을 즐기는 산행자 말고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표지기 믿고 계곡 길로 오른다.
계곡 길에서 또 하나의 길이 보인다. 역시 서봉 가는 길이다. 어쩌면 하늘도깨비는 저 길을 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았으니 뭐라 말을 못하겠다. 하지만 서봉가는 길은 서봉을 오르기 전까지 다시 헤매야 한다. 최초 노란 표지기 길로 가는 것이 제일 낫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힘든 만큼 계곡 길은 산성 내부로 진입할 수 있어 산성의 속살을 보는 듯한 재미는 있다. 이거라도 위로를 삼아야지. ㅠㅠㅠ
계곡 길은 이 나무를 보고 계곡으로 바짝 붙어서 찾아보면 희미하지만 열려있다.
쓰러진 나무도 이정표가 되고...
희미하지만 길은 있다.
이제 암벽 등반이다. 뭐 위험한 정도는 아니고 살아있는 나무인지 확인하고 잘 잡고 오르면 된다.
오르고 난 후 옆에서 찍은 암석지대
건너편 서봉1
하늘도깨비는 동봉 자락에 붙어있다. 건너편 서봉 아래 산줄기 능선이 보인다.
승학사 계곡
서봉1
청도읍 사촌리 승학사 계곡
산불의 흔적
계곡 길의 이정표로 삼아도 좋다. 다시 당부하지만 스릴을 즐기는 자를 제외하고는 이 길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길을 찾는데 세심한 주의가 요한다. 하늘도깨비는 동봉 오르는 길을 찾다가 아니면 아예 계곡 따라 오를까 망설이다 결국 계곡 건너 서봉 오르는 길을 개척하며 진행하였다. 이 무슨 개고생인가? 산길을 두고 망설이는 순간 두려워진다. 한번 길을 택하면 하늘과 능선이 맞닿은 곳을 보며(거시적 조망) 조금씩 천천히 끊임없이 진행하여야 한다(미시적 관찰).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체력이 소진될 수 있기에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곡 아래
다시 계곡과 만난다. 여기가 폭포인가?
계곡에서 남녁을 조망한다.
폭포 아래
서봉1 능선
계곡으로 오를까 생각하며 관찰한다.
서봉 절벽이 눈에 다가온다. 저 구간은 오례산성 남벽의 일부이다. 자연 능선으로 산성을 만든 것이다.
동봉을 버리고 계곡 건너 서봉2를 오르며 동봉의 절벽을 바라본다. 저 구간도 오례산성의 자연 남벽을 이룬다. 남벽은 굳이 석축할 필요도 없이 자연 암벽 구간이 산성의 역할을 한다. 사진을 찍은 곳은 등산로를 만드는 심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구간이 오례산성을 오르며 제일 힘들었다. 하늘도깨비 오른쪽 팔목에 가시가 감킨 것이다. 더워서 소매를 걷어 올린터라 상처가 났다.
계곡 건너 10분여 진행하자 남쪽 승학사 계곡과 동창천 건너 낙화산(626m)과 보담산(562m)이 보인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남벽의 석축을 찾은 것이다.
남벽 석축의 흔적.
반갑다. 친구야!
석축을 올라 산성 내부로 진입한다.
남벽 산책로로 산성 내부로 진입하여 서벽 장대지(서봉2의 정상)로 오를 수 있다.
반가운 표지기
하산길인데 어디로 가는걸까? 아마도 너널지대3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남방을 조망하다
승학사 계곡과 낙화산, 보담산
동봉 조망
예술 한번 하자구!
동봉의 위용
동봉의 능선
드디어 좌측으로 북쪽 봉우리가 얼굴을 드러낸다.
남쪽 승학사 계곡
조망 바위
동봉2 정상 구역
이곳도 너덜지대. 보이는 암봉의 우측으로 휘감아 돌아가야 한다. 이곳도 길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섣부르게 암봉을 향해 들어가지 말고 남벽에 최대한 붙어 진행하다가 완만한 부분에서 치고 올라야 한다. 하늘도깨비 오늘 산행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무슨 열매인가? 보라색의 아름다운 열매가 인상적이다.
동봉 그리고 그 아래 산성 남벽 구간. 석축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북봉이 오례산성의 북벽을 이루고 있다.
~ 청도 오례산성(2)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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