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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비판/무기의 비판을 위하여

영남의 지도자들이여! 진보의 우군을 믿어라! 그러면 열리리니!

노무현과 유시민, 그들의 신바람은 계속 될것이다

 

[칼럼] 봉하마을과 대구가 전해주는 가능성의 봄바람

 

    

얼마 전에 진보진영의 학자를 만났는데 담소를 나누던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매일매일 유머를 하나씩 개발해서 봉하마을을 찾는 국민들을 웃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들의 상한 감정을 정서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과의 의사소통 실패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잘났다고 계속 논리적 이야기를 쏟아내면 그만 확 반감이 드는 것과 같이 국민들도 옳다 그르다 여부를 떠나 감정이 상해버린 상태라는 것.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정치 현안이나 자신의 정책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말고 매일 유머를 하나씩 개발해서 방문한 사람들을 웃기고 그 이야기가 기사화되고 술자리에도 회자될 정도로 국민들의 상한 감정을 정서적으로 풀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 마음 달래기가 통했는지 영남이 마음을 열어 이번 총선에서 화답했다. 민선 3선 김해시장인 송은복 후보에게 그간 여론조사에서 밀려왔던 최철국 의원이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됐고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지원자가 없어 영남공천도 제대로 못 끝낸 통합민주당 입장으로써는 너무나 소중한 두 석이다. 1987년 이후 처음으로 17대 총선에서 3곳의 교두보를 마련한 이후 이번 18대에서도 두 석을 건져냈다. 노 전 대통령의 ‘따뜻한 바람’ 영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영남 지역주의 아성이라는 대구에도 작은 바람이 불었다. 무소속 유시민 의원의 ‘대구 수성을 도전’이다. 한나라당의 텃밭 대구는 자당 출신 후보에게는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바늘구멍 하나 조차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출발 때부터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전국 최다 득표율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32.6%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대구 수성을은 17대 총선에서 윤덕홍 열린우리당 후보가 탄핵 역풍에도 21.7%에 그쳤고 김대중(12.0%), 노무현(17.4%), 정동영(5.5%) 후보 등도 10%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곳이다.

무엇보다 선거를 축제로 보여줬다. 주호영 의원이 대면 토론을 피해 정책선거는 불발됐지만 유 의원 캠프는 ‘따뜻한 바람’으로 승부했다.

운동원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언급을 삼갔고 주 의원의 유세차가 지나가면 박수를 보냈다. 동네 청소를 시작했고 시장과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며 공손하게 인사하고 대구 음식을 사먹었다.

어느새 운동원들의 필수품으로 검은 봉투와 젓가락이 자리 잡았다. 휴지를 줍기 위한 것이다. ‘수성을의 행복한 선택, 유시민은 국회로, 주호영은 청와대로’라는 슬로건은 기발한 ‘포지티브 선거’ 아이디어다.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는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대구로 내려가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들은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대며 ‘선거란 이런 거구나’라는 모습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대구 시민들이 ‘유시민’을 화제로 내놓기 시작했다. 열띤 선거 유세를 보며 그들은 “유시민이 내려와서 선거 하는 것 같네”라고 말했다. ‘유시민’ 말조차 꺼내기 어렵던 지역에 차의 경적도 울리고 손도 흔들어주며 표현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곳에서 ‘경쟁의 건강함’이 스며든 것이다.

낙선이 결정된 유 의원은 10일 비를 맞으며 대구 수성을 시민들에게 낙선사례를 했다. 밝은 얼굴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연신 허리를 숙인 그는 “여러분의 성원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 인사 올린다. 유시민,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대구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영호남 문제에 대해 지역감정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역적 감정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남인들이 탈이데올로기적인 반면 영남인들은 여전히 1950년대 가치를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 예로 임 소장은 여순 사건 등 잘못된 역사에 대한 복권 운동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1945년 8·15 이후 가장 먼저 일어난 ‘대구 10.1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때문에 임 소장은 대구 시민운동단체의 역할,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번에 낙선했지만 계속 대구로 파고들 생각인 듯하다. 낙선 사례에서 유 의원은 지역대학에 강좌를 열고 책을 쓰면서 대구 발전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겠다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는 이기는 것과 지는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번 총선에서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는 선거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이미 밝혔듯이 온건진보성향의 신당 창당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가 주민들과 ‘새마을 운동’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은 또 다른 시민주권운동의 방법으로 웹2.0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은 정치적 언변이 아닌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함께 어울려 희망의 꽃을 보여줄 때 열리는 것이 아닐까. 지역주의 아성이라는 대구 시민이 이번에 32.6%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낙선된 자들이 할 일이 더 많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을을 청소하고 휴지를 줍고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의도 정치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 풀뿌리 정치가 곳곳에 다양한 색채의 꽃을 피웠으면 한다. 그렇게 다양한 색깔이 어울러져 더욱 아름답고 건강함을 발산하는 한국정치가 되길 바란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민일성 기자

 

 <하늘도깨비의 논평>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영호남의 차이는 역사의식의 차이다. 박정희 군사 정권 등장 이후 호남은 소외되었으며 이로부터 기인한 남한의 모순들을 호남인들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삶의 현장에서 체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얻는 것도 있었다. 즉 역사 인식에 관한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권력의 주류가 역사 인식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들은 싫든 좋든 가진 자들의 역사를 논할 수 밖에 없다. 호남인들은 태생적으로 진보의 영원한 우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원군들을 이끌 지도자는 어쩔수 없이 고난의 길을 가야하는 영남이나 충청의 깨어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대중을 끝으로 호남의 지도자는 전국적인 설득력이 없으며 호남이라는 지역에 안주하고 변질될 우려가 있다. 정동영은 이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노무현과 유시민이 특이한 것은 남한의 주류로 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편이었다는 것이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그들은 변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들의 눈에는 아직 영남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길이 있다고 본 것인가? 그들은 한국 역사상 유일하게 올곳이 서민의 편에 선 권력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하늘도깨비가 유시민의 행보에 항상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 인식이 깨어있는 영남인이라는 사실이다.

 

  1894년 호남의 지도자 전봉준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영남의 지도자들이 고난의 행군을 가야할 것이다. 진보의 우군인 호남을 강력히 믿고, 주류라고 믿는 영남인들의 역사인식의 허위와 정면에서 진검 승부하라! 죽는 것이 사는 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