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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백제 산성

익산 천호산성 : 남부여 부흥군의 북방 저지선을 가다

<2009년 2월 1일>

 

 

천호산성은 익산시 여산면 호산리(壺山里) 천호산(天護山)의 정상(500.0m)을 돌로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천호산은 익산시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천호산에는 천호동굴(天護洞窟), 용추(龍湫), 문수사(文殊寺) 등의 명승지가 있다. 성의 둘레는 669m이며, 성곽의 폭은 약 4.4m로 비교적 넓게 성저(城底)를 잡았으며, 성곽 중 높이가 2.5m 이상되는 부분도 있는데 원래는 더 높았다고 한다. 성벽의 북벽을 보면 치석(治石)한 석재를 써서 정교하게 축성한 것을 볼 수 있고 봉수시설(烽燧施設)로 추정되는 원형의 유구가 남아있다. 여기에서는 멀리 부여(扶餘)와 대전(大田) 남쪽의 면병산(綿屛山)이 바라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완주와 전주방면이 가리는 것 없이 들어오는 전략적 요지이다.

 

천호산성은 속칭 태성(台城) 내지 농성(農城)으로 부르기도 한다. 농성은 <조선고적조사자료> 익산 여산면조에 기록이 나온다. 성 주변에서는 백제 수막새 기와와 토기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어 백제 때 초축한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 성내에서 철제로 된 방패와 창을 습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천호산성에 관한 기록은 <동국여지승람>이나 <호남읍지>에는 보이지 않아 이미 조선 이전에 산성으로서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후삼국 시절에는 왕건의 고려군이 황산(黃山)의 탄현(炭峴)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을 격파하고 후백제의 도성인 완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강기맥상의 천호산 아래를 지나야 했다. 이때 고려군은 여세를 몰아 천호산성을 점령하고 천호산 아래 고개인 문드뢰뫼재(또는 문드레미재로도 불리며 이 고개도 금강기맥상에 있다.) 부근에 주둔하여 완주벌에서 벌어질 마지막 전투를 위해 숨을 골랐던 장소로 보인다. 이로 인해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천호산을 일러 왕건의 고려군이 입산하였다 하여 군입산(軍入山)으로 부른 것 같다.

 

시대를 거슬러 신라와 당나라군이 사비성 일대를 점령하고 남부여 부흥군 정복에 힘을 기울일 때, 이곳 천호산성은 미륵산성, 낭산산성과 더불어 남부여 부흥군의 북방 저지선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남부여 무왕 시절에는 지금의 익산 왕궁면 왕궁리 도성을 방어하던 북방성으로 기능하였을 것이다.

 

호남고속도로지선 논산IC에서 나와 1번 국도를 타고 논산훈련소를 지나 익산시 여산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여산면에서 완주군 화산면 넘어가는 작은독고개로 가려면 740번 지방도를 타야한다. 이길은 여산휴게소 뒷편으로 가는 길이다. 여산휴게소 뒷편 가기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비포장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이 740번 지방도이다. 당시 답사에는 도로공사 중이어서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을 수도 있다. 작은독고개 오르기 전 간신히 차 한대 정도 갈 수 있는 길이 나오는데, 마침 고개 멀리 시내버스 한 대가 오고 있어 5분 정도를 기다렸다. 버스 기사가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5분여 고갯길을 애마로 달리자, 작은독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는 금강기맥길 상에 위치한다. 작은독고개에서 천호산-문드레미재-용화산-익산 미륵산-함라 봉화산-칠목재-망해산-취성산 등을 거쳐 군산 앞 금강에서 금강기맥은 다한다.

 

천호산의 뜻은 '하늘이 보호하는 산'이라고도 하지만, 원래 뜻은 산의 형상을 따 '하늘 호리병'이다. 호리병처럼 생긴 산이다. 그러던 것이 왕건의 고려군이 주둔하면서 삼한통일의 자신감을 지니며 '하늘이 태조를 보호하는 산'이라는 뜻에서 한자를 고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안내판의 천호산성은 '병 호'자를 쓰고 있다. 그리고 여산면 호산리의 '호'자도 '병 호'를 쓴다. 원래 천호산은 호산이었던 것이다.

 

 

작은독고개에서 3분여 걷다보면 천호산 입구에 서있는 바위

 

 

'서성'이라고 각자가 되어 있다.

 

 

바위위의 낙서

 

 

천호산성 안내판

 

 

산성의 북벽

 

 

 

 

 산성 내부 산책로, 아마 건물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성의 북벽

 

 

 

 

 

 천호산 정상

 

 

 헬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