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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백제 산성

대전 적오산성 : 남부여 소비포현성을 가다

<2009년 3월 28일>

 

 

표지사진 - 대전 적오산 전경

 

 

<삼국사기 잡지 지리조>에 따르면, 우술군에는 속현이 둘이 있다고 하였다. 노사지현과 소비포현이 그것이다. 우술군은 지금의 대전시 대덕구 회덕 일대였다. 치소는 회덕향교 뒷산의 우술성이라고 한다. 노사지현은 지금의 대전시 유성 일대로 치소는 월평동 산성으로 추정한다. 나머지 소비포현의 치소는 어디일까?

 

향토사학자들은 대전 안산동 산성을 남부여의 소비포현성이며, 고려때 덕진현성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러한가? 덕진산성으로 비정되는 또 하나의 산성이 있다. 바로 대전시 유성구 덕진동 적오산성이다. 적오산성은 북대전IC 요금소를 빠져 나와 처음 나오는 신호대 뒷산에 있다. 남부여에서는 소비포현이라 불렀고, 신라때에는 적조현이라 불렀고, 고려때 덕진현이라 불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덕진현은 공주(公州) 동쪽 50리 지점에 있다.”라고 쓰여 있다. 이것만으로는 덕진현성을 추정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지금의 대전 유성구 덕진동 일대의 지리를 보면, 금강과 갑천이 합강하는 지역으로 고대에는 갑천의 동쪽인 지금의 대전시 대덕구 대전산업단지와  갑천의 서쪽인 지금의 대전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일대가 큰 호수를 이루어 수로 교통이 발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고대에는 서해에서 금강을 따라 거슬러온 무역선들이 충북 청원군 부용면 일대에 있던 큰 포구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이때 대륙의 부용화가 이곳에 퍼져 꽃밭을 이뤘는데, 이런 이유로 이 일대를 부용면 내지 연기군 금남면 부용리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은 바로 덕진동 일대에도 남부여의 큰 포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 이름이 바로 소비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신라 대에는 적조현이라 불렀는데, 적조의 조는 '새 조'로 가로삐침 한획이 빠지면 바로 '까마귀 오'가 되어 적오현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유로 적오산은 바로 신라대의 적조산이 될 수 있고, 고려대에도 무역이 발달한 것을 보면 소비포가 덕진으로 한자 개명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안산동 산성은 소비포현의 외성(보루성)은 될 수 있을 지언정 소비포현성으로 보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길을 잘몰라 배회하다가 미술관 뒷길로 올랐다. 된비알을 한 10분여 오르자 반듯한 산책로가 나와 그 길로 단방에 오른다. 동벽 석루의 모습

 

산성을 나와 찍은 남벽의 모습

 

 남벽

 

적오산성 안내판.

적오산(255.1m) 정상에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테를 두르듯 돌을 쌓아 만든 백제시대 성으로 덕진산성이라고도 한다. 마름모꼴 평면을 하고 있는 730m 정도의 성벽은 거의 붕괴되었으나 북벽의 가운데 일부가 남아 있어, 다듬지 않은 돌을 가로로 엇물려 쌓으며 위로 올라 갈수록 조금씩 뒤로 물려 쌓았음을 알 수 있다. 문터는 동서남북에 각각 1곳씩 남아 있고, 서문터에서 안쪽으로 약 30m 떨어진 곳에 우물이 있다. 성내에는 4개의 건물터가 남아 있는데, 건물터 주변에서 백제시대 후기,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와와 토기 조각들이 출토되어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백제시대 소비포현을 다스리던 행정 중심지로 알려지고 있다. (내용)

 

 

 

 

 적오산성 정상에서 바라본 대덕테크노밸리와 신탄진 대전산업단지 일대. 대덕테크노밸리와 신탄진 대전산업단지 일대는 금강과 탄천이 합강하는 지점으로 고대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엇을 것으로 사료된다. 갑천의 서쪽이자 적오산성의 아래에 있는 대덕테크노밸리의 어느 지점에 고대 소비포라는 내륙의 큰 항구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산동 산성은 소비포현의 치소로 보기에는 협소하여 보루성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사료된다. 그리고 현의 치소로 주변 일대의 중심지로 보기에는 궁벽한 고개 상에 있다. 연기 일대에서 금강을 도하한 적이 노사지현과 소비포현의 북방을 공략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로상에 존재했던 방어성의 개념에 부합하는 것이 안산동 산성이다. 결코 소비포현의 행정 중심지는 아니다. 소비포현의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적오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