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성기행/백제 산성

장수 거녕산성(봉서리산성) : 백제 거사물현의 치소

<2011년 3월 6일>

 

 

<표지사진 - 거녕성에 바라 본 남원시 보절면 들판과 요천의 북벽을 이루며 서남방으로 주행하는 천황지맥의 능선. 지맥의 좌측 제일봉이 천황산(909.6m)이다.>

 

<삼국사기 잡지 지리지 임실군 조>에 따르면 임실군의 영현으로 마돌현과 거사물현이 있다. 임실군의 치소는 임실군 관촌면 성미산성으로 비정하고 있다. 성미산성은 남부여 2차 방어선의 총 사령부로서 역할을 하며, 동쪽으로는 지금의 진안군 마령면으로 비정되는 마돌현의 치소로 추정되는 강정리산성(일명 합미산성)이 있어 성미산성의 동방을 호위하며, 남쪽으로는 지금의 남원시 보절면으로 비정되는 거사물현의 치소로 추정되는 거녕성이 있어 성미산성의 남방을 보위하고 있다.

 이 세 산성은 운봉고원과 아영분지 및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 일대에서 대치하는 남부여와 신라간의 최전선이 무너질 때를 대비한 2차 방어선의 핵심 산성들이다. 실제 진흥왕은 요천을 넘어 이곳 거사물현까지 진출하여 거사물정이라는 군영을 설치하고 성미산성을 두고 남부여와 대치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남원 척문리산성 답사를 마치고 거사물현의 치소로 추정되는 거녕성으로 향했다. 거녕성은 남원시 보절면 소재지 지나 721번 지방도를 타고 장수군 산서면 봉서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3분여 가다보면 야트막한 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 지나자마자 바로 좌측 임도길이 있는데 영월암이라는 이정석이 서 있다. 영월암 입구가 거녕성 정문인 북문터이다.

 

갈치. 요천변의 남원 척문리산성에서 북쪽으로 고산봉과 청룡산 사이의 갈치 계곡을 따라 가면 갈치가 나온다. 갈치를 넘어면 바로 고대 남부여 거사물현인 보절면 일대가 나온다.

 

보절면 소재지 직전에 바라 본 성산(410m). 성산 북쪽 능선에 거녕성이 위치하고 있다. 거녕성은 행정상으로는 장수군 산서면에 소재하고 있다. 거사물현은 장수 산서면, 남원 보절면과 덕과면 및 사매면, 임실 지사면과 오수면 등으로 섬진강의 지류인 오수천 중상류 근역을 통괄하고 있다.

 

보절면 황벌리 안누른대 마을 부근에서 바라 본 성산

 

고대 거사물현의 영역이었던 보절면 황벌리 들판

 

북쪽으로는 보절면 성시리 들판이 보인다. 삼국시대에는 거녕성이 산성이지만, 삼한시대에는 치소가 평지의 구릉에 토성으로 잔존했다고 한다. 보이는 산 구릉에는 토성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전해 온다. 그리고 진흥왕이 구축한 거사물정도 지금의 거녕성이라기 보다는 평지에 구축한 군영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

 

동쪽 좌측에 뾰족 솟은 봉이 910m에 이르는 천황산이다.

 

성시리 성남마을 성남교 부근에 바라 본 천황지맥

 

성남교

 

성시리에는 성남과 성북이란 지명이 있다. 이 지명은 거녕성에서 유래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금 보이는 토성의 남북에 존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가 토성이라고 했지만, 답사를 해 본 적은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다. 진흥왕이 설치한 거사물정도 이곳 토성에 구축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영월암 오르는 길에 바라 본 북쪽의 장수군 산서면 일대

 

동북방

 

좌측이 호남금남정맥의 팔공산(1147.6m), 중간이 개동산(845.9m), 맨 우측이 상서산 남쪽 봉우리. 상서산 북쪽으로 관서정이 있고 고개(해발 600m 가까이 됨)가 있는데 그곳을 넘어가면 번암면 일대가 나온다. 번암면 일대에서 백두대간 치재 부근의 모산성을 거쳐 아영분지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이곳 거녕성은 역으로 번암면 일대를 돌파한 신라군이 600m에 이르는 높은 고개를 넘어 침탈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대비한 산성으로 볼 수 있다. 거녕성이 돌파당하면 남부여는 임실군의 치소인 성미산성에서 신라군을 저지해야 하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중간의 낮은 봉우리가 사계봉(322.5m)이다. 사계봉에는 봉수대가 있다.

 

 영월암 입구의 석축 잔재들. 거녕성의 북벽이다.

 

 영월암 입구이자 거녕성의 북문터로 추정된다.

 

산성의 북방. 우측으로 팔공산이 보인다. 장수군 산서면 일대.

 

 

영월암. 이 절은 1910년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거녕성 안에 자리하며, 절에는 오래된 토굴이 있다고 한다. 절에서 전하기로는 옛날 삼한시대부터 이름난 위인들이 이 토굴에서 수행정진 했으며, 신라시대의 원효 스님도 역시 이곳에서 수행하며 한 겨울을 보낸 바 있다고 한다.  한편 절은 부근의 여러 면이 다 내려다보일 정도로 성산의 높고 깊은 곳에 자리하는데, 달이 가장 먼저 뜨고 제일 늦게 지는 곳이라 그만큼 달을 오래 볼 수 있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영월암으로 지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연혁을 잘 알 수 없고, 1950년 한국 전쟁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영월암에는 백구가 산다. 절을 혼자서도 너무 잘 지킨다. 절대 물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너무 좋다.^^ 이놈도 이름을 하나 지어야 겠다. 순둥이(?)...영월이... 에이 순둥이라 하자... 

 

 

 

영월암 극락전

 

성은정사

 

이곳에 토굴이 있나?

 

정사에서 보면 팔공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장수읍에는 남서쪽으는 팔공산이, 남동쪽으로는 장안산이 있어 두 명산의 산줄기가 남벽을 이르고 있다.

 

성은정사 좌측 길로 거녕성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산성 동벽 부근의 평탄지.

 

동벽 부근의 평탄지에서 바라 본 보절면 일대 들판. 들판 중간 중간의 구릉은 토성터로 알려져 있다. 뾰족봉이 천황산이다.

 

동남벽 부근에서 남방을 조망하다. 천황지맥의 능선이 미끈하게 남서방으로 주행하고 있다. 우측 끝산이 약산(448.5m)이다. 약산 서쪽이 갈치로 이 고개를 넘어면 요천 변의 척문리산성이 나온다.

 

남쪽의 성산. 거녕성은 성산의 북쪽 두번째 봉우리에 축조한 산성이다.

 

남벽 석축의 흔적

 

남벽

 

남벽

 

남쪽의 약산. 약산은 천황지맥 상에 있다. 천황지맥은 호남금남정맥의 지맥으로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과 오수천을 가른다.

 

거녕성 남벽에서 성산가는 등산로. 성산까지 가고 싶었지만 초촌리고분과 척문리산성 답사까지 한터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늘도깨비 체력을 좀 더 길러야 하는디...

 

서벽 구간이 시작된다.

 

서벽 구간의 산책로

 

서벽 부근의 평탄지

 

산성의 서북방

 

산성의 서쪽인 임실군 지사면 일대. 뒤 능선이 오수천 북서벽을 이루며 남으로 주행하는 성수지맥이다. 섬진강의 3대 지류는 오수천, 요천, 보성천이다. 오수천과 요천은 남서류하며, 보성천은 북동류하며 섬진강에 합류한다. 이 중에서 오수천의 북서벽은 성수지맥이, 동남벽은 천황지맥이 경계를 이룬다. 남부여 거사물현은 오수천 일대로 보면 된다. 그 경계는 자연스럽게 성수지맥과 천황지맥으로 보면 된다. 고대에는 지맥과 강을 중심으로 하나의 행정단위를 만들었다. 이는 동질 문화권이기도 하거니와 방어와 공격의 단위이기도 하다. 거사물현처럼 거녕성은 오수천의 중심에 치소가 있고 각 지맥을 넘어오려는 고개마다 산성을 포진하여 자체 방어력을 증강시켰다. 이처럼 산과 강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 것이 고대 행정체계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고대와는 달리 지역 방위 체계가 거의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체계를 편의대로 하면 될까?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지역의 환경이 일차 과제이다. 환경 문제에서는 산림와 물이 중요하다. 보존과 개발도 합리적이고 유기적인 체계하에서 진행되면 산림과 물을 적게 훼손하거나 오염시키고도 개발의 최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존과 개발의 합리적이고 유기적인 체계를 만들려면 강과 산맥을 중심으로 행정단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행정단위가 상류보다는 하류에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오염을 유발시키는 시설(공장 등) 설치에 대한 허가 등에 대해 유기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서벽

 

 

 

서벽의 석축 흔적

 

서남벽 장대지로 추정된다.

 

서남벽 부근의 석축

 

세월이 흘러 위태로워 보인다. 이 석축은 삼국시대의 것이라기 보다는 고려 거령현 대 수축한 것으로 사료된다.

 

 

 

답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둘러본 영월암 뒤쪽의 평탄지. 민묘가 있던 것을 이장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에는 이곳 평탄지에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영월암도 고대에는 건물들이 산재했을 것이다.

 

남벽 구간의 산책로

 

남쪽의 보절면 일대 들판

 

봉서리 삼거리 직전에서 바라 본 동쪽. 앞 능선 좌측이 봉수대가 있는 사계봉이다. 우측 뽀족봉이 천황산이며, 정면 뒷 능선이 상서산(627.4m) 남봉이다.

 

이룡삼거리 부근에서 동쪽을 바라 보았다. 앞 능선 좌측 산이 건지산(361m)이다. 그 뒤 능선 제일봉이 천황지맥 상의 개동산이며, 우측 끝자락 v자로 들어간 곳이 장수군 번암면 가는 고개이다. 번암면에서 모산성을 거쳐 아영분지로 들어가며, 아영분지에서 경남 함양을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신라군이 이 고개를 넘어 남부여 거사물현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거사물성은 동방과 남방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요지에 축조된 것이다.

 

정면 v자 부분이 번암면 가는 고개이다. 고개 직전에 관서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북쪽으로는 이룡삼거리 교통 안내판이 보이고, 멀리 팔공산이 보인다.

 

이룡삼거리. 751번 지방도를 타면 번암면으로 갈 수 있다.

 

산서면에서 장수읍가는 13번 국도 변에서 바라 본 팔공산

 

13번 국도를 타고 장수읍 대성리 대성고원가는 비행기고개 직전의 쉼터에서 바라 본 산서면 일대. 중앙 앞 능선이 거녕성이 있는 성산이다. 뒤 능선은 삼계석문 남쪽의 노적봉(565.1m) 북방 능선이다. 노적봉은 천황지맥 상에 있다.



<2020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