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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기행/사찰기행

남원 실상사 명부전 : 살아서는 3심제, 죽어서는 5심제

<2012년 6월 3일>

 

 

 보광전 동쪽에는 명부전(지장전)이 있다. 지장보살. 지장보살은 명부 세계를 주재하는 보살이다.

 

 

보광전 동쪽에는 명부전이 있다. 명부전은 지장보살이 주재자인데 명부의 십왕이 모셔져 있다. 흔히 명부시왕(冥府十王)이라고 한다. 절에 명부전을 두는 까닭은 사후의 세계를 깊이 생각해보라는 경계의 의미가 있다. 명부전은 순수 불교의 사상은 아니다. 불교가 중국으로 와서 도교와 습합되어 나타난 동아시아 고유의 신앙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일간 이승에서 머물다가 명부사자(冥府使者)의 인도로 명부로 간다고 믿는데, 이때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이 바로 명부시왕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진광대왕(秦廣大王)·초강대왕(初江)·송제대왕(宋帝)·오관대왕(五官)·염라대왕(閻羅)·변성대왕(變成)·태산대왕(泰山)·평등대왕(平等)·도시대왕(都市)·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 혹은 전륜대왕) 등이 있다. 이중 다섯 번째인 염라대왕은 시왕 중의 우두머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염대대왕의 실제 순위는 그렇게 높지 않다.명부전 권력 순위는 5위이다.

죽은 자는 시왕 중 7명의 대왕에게 순서대로 각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는다. 그 중에서 변성대왕은 다섯 대왕이 심판한 것을 토대로 윤회 여부 이전에 재심을 담당한다. 그런데 살면서 죄업을 많이 지은 자는 49일 이후 3명의 대왕에게 다시 심판을 받는데, 죽은 후 100일이 되는 날은 제8 평등대왕, 그리고 1년이 되는 날에는 제9 도시대왕, 3년째에는 제10 오도전륜대왕의 심판을 받아 총 3년의 기간 동안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는다. 이처럼 명부전은 총 5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간의 재판이 3심제인 것에 비해 명부의 공판정은 더욱 철저하게 영가를 심판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재판보다는 더욱 공정할 것으로 보인다.

 

 

 명부전의 심판관들(지장보살 왼쪽의 제1, 3, 5, 7, 9대왕들). 구석 모퉁이에 전생부를 이고 있는 대왕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염라대왕이다. 염라대왕은 제5의 대왕이다.

 

 명부전의 심판관들(지장보살 오른쪽의 제2, 4, 6, 8, 10대왕들)

 

 

 명부전의 최대 권력자이자 주재자이다. 사람이 죽으면 지장보살의 원력에 기대어야 한다. 지장보살이 위대한 것은 모든 중생을 구제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도 성불하겠다는 결의와 실천을 했다는 것이다.

 

 

 도명존자. 지장보살의 비서.

 

 진광대왕. 칼산지옥을 담당함. 죽은 이의 최초 일주일을 담당하는데, 살생죄의 심판관이다.

 

 송제대왕, 한빙지옥 담당. 죽은이의 3주째 담당으로 사음과 간음의 심판관이다.

 

 오른쪽 모퉁이에 계신 분이 제일 유명한 염라대왕이다. 염라대왕이 이고 있는 것은 전생부이다. 명부전의 서열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이 분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영가의 전생을 비추어보아 윤회 여부를 판단하는 심판관이기 때문이다. 염라대왕은 발설지옥의 담당자로 영가의 5주째를 담당하고 있으며 선악을 비추는 업경대에 전생을 비추어주곤 한다.

 

 누군가 염라대왕의 발아래 천원자리 지폐를 놓아 두었다.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어 미리 발설지옥(혀가 뽑히는 지옥)을 피하려는가 보다. 살아 생전부터 이랬으니 효과는 클 듯하다. 염라대왕께 할 말이 있잖아.

 

 태산대왕. 거해(鉅骸)지옥 담당. 염라대왕의 서기이다. 영가의 7주째 담당자. 다음 생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가 사구재를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가가 마지작 7주차 심판을 받고 윤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장경에는 영가를 위해 누군가 지장경을 읽어주기만 해도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한다. 염라대왕과 태산대왕은 우리가 잘 보여야 하는 명부전의 대왕들이다.

 

 도시대왕. 풍도지옥의 담당자로 영가 1년차를 담당하고 있다. 죄업 최후 심판자로서 진실로 참회하면 구원의 기회가 부여된다고 한다.

 

 심판의 집행자들. 꿈에 나올가 두렵다. 우리 차카게 살자.

 

 무독귀왕. 지옥 관리 역할자이다. 명부전 총재내지 사무총장이다. 지옥문 열쇠상자를 보관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악한 마음을 없애준다고 한다. 무독귀왕의 전생은 지장보살의 안내자였다고 한다. 지장보살에 이어 명부전 권력서열 2위이다.

 

 초강대왕. 화탕지옥의 담당자이며 영가의 2주째를 담당하고 있다. 훔치거나 빼앗은 죄를 심판한다.

 

 오관대왕. 칼숲지옥의 담당자로 영가의 4주째를 담당하고 있다. 거짓말, 욕설, 교만, 험담을 업의 저울로 심판한다고 한다.

 

 변성대왕. 독사지옥을 관장하며 영가의 6주차를 담당한다. 앞서 다섯명의 대왕이 심판 한 것을 기초로하여 재심하는 대왕이다.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평등대왕. 철상지옥을 관장하며 영가의 100일을 담당. 분노의 형상이나 내심은 자비롭다고 한다.

 

전륜대왕. 흑암지옥(黑闇地獄) 관장. 영가의 3년차 담당. 최종(5심) 심판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