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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신라 산성

영동 유곡리산성 : 우두령과 도마령을 감제하던 보루성

<2014년 1월 26일>

 

 

<표지사진 - 충북 영동 상촌면 유곡리 산성 전경 >

 

 

신라 소라성으로 추정되는 황간 신흥리토성이 소재한 황주동 일대를 둘러보고 물한계곡으로 유명한 상촌면으로 향한다. 상촌면 소재지에 이르자 물한계곡 들어가기 직전 경북 김천시 구성면으로 가는 901번 지방도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한다. 상촌교 아래로는 초강이 흐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작지만 매우 가파른 산봉우리가 하나가 필자를 압도한다. 상촌에선 고반대(考槃臺)로 유명하다. 고반대는 삼괴당 남지언(1507~?) 선생이 을사사화(1545년)를 피해 은거하며 사색하던 곳이다.

 

영동 고반대(考槃臺) - <전국문화유적총람>에서 인용

 

유 적 명 : 영동 고반대 (永同 考槃臺)

주 소 :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유곡리 817

지정사항 : <지정사항 없음>

시 대 : 조선

종 류 : 기타 위인선현유적

참고사항 : 문화재관리국, 1977, <<문화유적총람>>

 

상촌면(上村面) 소재지 남쪽 초강변(草江邊)에 위치하여 주산에서 내려오는 맥이 없이 평지에 독립된 서방일좌의 저산에 16세기 중엽 삼괴당(三槐堂) 남지언(南知言)의 소요처(逍謠處)로 대각(臺閣)을 구축하고 시경(詩經)에 있듯이 '고반재간(考槃在澗)에 석인재빈(碩人在賓)'이란 고사(古事)를 인용하여 불리어졌다고 한다. '삼괴당 남선생 고반지석(三槐堂 南先生 考槃之石)' 비각이 있고 '영사각(永思閣)'이란 현판이 있다. 천연적으로 된 작은 우물이 있는데 한발에도 마르지 않고 우기에도 넘치지 않는다. 이 우물을 후인들이 봉황정(鳳凰井)이라 불리운다.

 

고반대의 '고반'은 <시경>에서 따온 이름이다. <시경> 권3의 위풍(衛風)을 보면, '고반(考槃)'과 '석인(碩人)'이란 시가 나온다. 참고로 위풍은 위나라 노래란 뜻이다.

 

고반(考槃) - 오두막집을 지어

 

考槃在澗(고반재간) : 산골 개울물에 오두막 지으니

碩人之寬(석인지관) : 어진 은자의 너그러운 마음이네

獨寐寤言(독매오언) : 혼자서 자나 깨나 하는 말

永矢弗諼(영시불훤) : 영원히 생각하네, 영원히 못 잊겠다고

考槃在阿(고반재아) : 언덕에 오두막 지으니

碩人之薖(석인지과) : 어진 은자의 크나큰 마음이여

獨寐寤歌(독매오가) : 혼자서 자나 깨나 하는 노래

永矢弗過(영시불과) : 영원히 생각하네, 못 떠나겠다고

考槃在陸(고반재육) : 높다란 평지에 오두막 지으니

碩人之軸(석인지축) : 어진 은자의 여유로운 마음이여

獨寐寤宿(독매오숙) : 혼자서 자나 깨나 자는 잠

永矢弗告(영시불고) : 영원히 생각하네, 말하지 않겠다고

 

'고반'이란 시를 감상하니 남지언 선생의 석인(碩人)다운 풍모가 느껴진다.

 

그런데 남지언 선생이 조선조 을사사화를 피해 사색하던 고반대는 삼국시대에는 전장의 한가운데 있던 산성이었다. 고반대는 관방유적으로는 유곡리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유곡리산성은 신라계 산성으로 백두대간 우두령(질매재, 720m)과 민주지산 아래 도마령(843m) 같은 높은 고개를 감시하던 보루성이다.

유곡리 산성은 백두대간 남쪽의 지품천현(지금의 경북 김천시 지례면과 구성면 일대)에서 백두대간 우두령을 넘어와서 소라현(지금의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일대)으로 이어지는 교통로를 백제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축조한 것이다. 즉 유곡리산성 서쪽인 도마령을 넘으면 백제의 적천현(지금의 전북 무주군 무주읍 일대)인데, 백제군이 이곳 도마령을 넘어 소라현과 지품천현을 잇는 남북 교통로를 침탈할 것에 대비하여 유곡리산성을 축조하였을 것으로 사료되는 것이다.

필자는 고반대를 보면서 새삼 공간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곡리산성(고반대) 전경

 

산성의 서쪽을 흐르는 궁촌천. 궁촌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백두대간 우두령이 나온다. 지금은 궁촌천을 따라 901번 지방도가 나 있다.

 

올라가는 길

 

경부고속철도가 상촌면 소재지 남쪽에서 동서로 이어진다.

 

궁촌천

 

고반대 오르는 길

 

내려다 보면 제법 가파르다.

 

고반대가 보인다.

 

고반대

 

고반대와 영사각

 

글자가 떨어져 알아보기 어렵다. 고반대(考槃臺). 영동군 향토유적 제2호. 충북 영동군 상촌면 유곡리 817. 조선 중종조 시대의 삼괴당 남지언 선생이 을사사화 시 은거하며, 즐기던 곳으로 이곳에 그의 유허비가 있어 대각(臺閣)을 건립하여 고반대라 하고 깊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영사각(永思閣)이라 했다. 앞에는 천연 우물이 있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장마에도 넘치지 않아 봉황정(鳳凰井)이라 부르고 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둥근기둥 목조기와 팔작집으로 16.5㎡이다.

 

유허비. 삼괴당 남선생 고반지대(三槐堂 南先生 考槃之臺)

 

유허비 대각

 

산성 내부와 봉황정(鳳凰井).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901번 지방도가 산성의 동벽 아래로 지나가고 있다.

 

남벽구간

 

동남쪽 우두령 가는 길. 유곡리산성은 이 루트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남벽 아래

 

기와 조작. 어느 시댄지 잘은 모르겠다.

 

지나온 남벽 구간 산책로

 

조그만한 산성이지만 가팔라서 접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서남방으로 궁천촌이 자연해자 기능도 하였을 것이다.

 

산성의 북쪽으론 고속철이 동서로 지나간다.

 

북벽 아래

 

석축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내려오는 길에 위를 조망해본다.

 

고반대 오르는 길은  두 곳이 있다.

 

 

아래에서 보면 산성의 위용이 느껴진다. 유곡리산성은 지형 그 자체가 산성이다. 별반 힘들이지 않고 산성을 쌓았을 것이다.

 

고반대 오르는 남쪽길

 

남쪽 901번 지방도에서 바라본 유곡리산성 전경

 

 

북쪽 상촌면 소재지와 경부고속철도

 

남쪽 우두령 가는 901번 지방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