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6일>
소지마립간 8년(486년) 상주에서 백두대간 화령을 넘은 신라군은 보은의 삼년산성과 옥천 청성면의 굴산성을 개축하고 금강 도하를 꿈꾼다. 특히 굴산성의 개축은 금강 지류인 보정천 중하류 일대를 장악함으로써 신라군의 금강 도하의 든든한 배후 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옥천군 청성면 고당리는 보정천과 금강이 합강하는 곳이다. 고당리는 보정천의 협곡과 금강의 협곡이 만나는 곳으로 물살이 화살처럼 빠르고 소뿔처럼 거센 곳이다. 지금은 금강의 빼어난 절경 때문에 펜션들이 양안으로 군데군데 있다. 하지만 1500년 전 이곳은 남부여와 신라가 서로 창칼을 겨누는 국경이었다. 다행히 남부여 입장에서는 금강의 빠르고 거센 물살 덕분에 신라군이 쉽사리 건너오지 못하는 자연 방어막 역할을 하였다. 게다가 금강을 지나도 높은 산악이 가로막고 있어 고당리나 이웃 합금리를 통해 남부여를 공격하였다가는 자칫 신라군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강한 것에도 약한 것이 있듯이, 모든 실한 것에도 허한 곳이 있듯이 이 지역의 빠르고 거센 물결에서도 말이 건널수 있는 여울은 있었다. 합금리에서 금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둘이 있다. 이곳이 남부여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자연스럽게 길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남부여는 혹 도하하려는 적을 감시하고 방어하는 성을 쌓았다. 그 성이 바로 지금 답사하려는 지양리산성이다. 지양리산성은 금강을 도하하여 옥천으로 가는 길목인 청마리에서 가믐골을 넘어가는 말티재와 탑산마을에서 지양리를 넘어가는 고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답사 코스는 보정천 금강 합류 지점에서 합금리 상금, 쇄보루 마을 지나면 곧 청마리 다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금강을 건너면 동이면 청마리 말티 마을이 나온다.
지양리산성의 초축은 당연히 남부여였으나, 신라의 대 남부여 공격로 상에 있어 서술상 신라 산성편으로 분류하였다. 신라가 옥천 지역을 장악한 이후에는 폐성이 된 듯하다.
참고로 옥천 지역의 산성 답사에는 <옥천신문>에서 연재한 <우리고장 산성 답사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지양리산성은 인근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을 옥천 안남면에서 옥천읍으로 넘어가는 옛길을 찾던 중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제신탑 안내문
마한시대부터 마을경계의 표시의 수문신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아무튼 말티재 부근은 고대로부터 금강을 도하할 수 아주 중요한 길이었던 듯하다. 하물며 남부여와 신라의 유력한 교통로였음도 자명하다. 그리고 마한시대부터 천연의 자연 경계 지점일 수 밖에 없다. 금강과 동이면 청마리와 지양리를 구분하는 남북의 산악 줄기가 두 지역간의 소통을 막았을 것이나, 이곳 말티재가 숨통을 튀워준 것이다.
제신탑
동이면 청마리 말티 마을, 집터였으나 왠지 방어성의 흔적도 보인다. 개눈엔 똥만 보이는 법인가? 하늘도깨비 눈에는 그저 죄다 산성의 흔적으로만 보이네! ㅋㅋㅋ
길을 잘못들어 말티 마을로 들어갔다가 개한테 혼나고 주민에게 물어 제신탑 옆길로 말티재를 올랐다. 왠지 불길~
말티재 계곡
말티재 오르는 길
제법 물이 흐르네
차로 말티재까지는 갈 수 있다. 예의는 아니지만. 오늘은 산성 답사보다는 호젓한 산길을 나홀로 걷고 싶을 뿐...
말티재 도착후 북측(오던길에서 보면 우측) 능선을 타고 산성 찾으러 간다. 봄을 알리는 보슬비가 내려 땅이 젖었다. 많은 비는 아니라 등산은 가능하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살금살금
산 아래 금강, 말티마을이 약간 보인다. 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 ~
안개가 하늘도깨비를 감싼다.
신비롭긴 한데... 왠지 도깨비라도 튀어 나올 기세군. 허~ 내가 하늘도깨빈데... 무신소리...
지장말 마을에서 탑산마을 넘어가는 고개로 간다고 간 것이 그만 중도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중도에서 개고생하며 임도로 내려왔다.
이후 지도에서 확인해보니 북으로 가야할 것을 중도에서 길만 보고 가다 남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원 위치로 돌아온 셈이 되었다. 40분 전에 지났던 말티재를 보고도 이 재가 지장말 마을에서 탑산마을 넘어가는 고개로 오해했었고 산성을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다시 길을 올랐다가 시간도 너무 지났고, 날씨도 바람이 불어 쌀쌀해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하산했다. 이런 허무한 날도 있구나!
되돌아 오면서 찍은 금강과 말티마을, 강 건너편이 옥천 청성면 합금리이다.
<2010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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