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추론/대회전

보은 관기리산성 : <삼국사기>의 모로성인가?

<2011년 2월 8일>

 

 

<표지사진 - 보은 관기리산성 전경>

 

자비마립간 13년(470) 신라군은 사벌주(지금의 경북 상주)에서 백두대간 화령을 넘어 보은 삼년산성을 축조하였다. 신라가 삼년산성을 축조한 것은 장차 반도에서 벌어질 사국간의 대회전을 예비하는 기념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신라가 백두대간을 넘어 철옹성 같은 근거지를 확보한 것은 대회전의 단초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한편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삼년산성 축조 다음 해(471) 봄 2월에도 산성을 축조한 기사가 나온다.  모로성(芼老城)을 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로성이 어디인지는 미상이다. 일본 학자들은 경북 군위군 효령면 일대로 비정하고 있으나 근거는 희박하다.

 필자는 세 가지면에서 모로성을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산성으로 추정한다.

 첫째는 음운학적인 추정이다. 관기리산성이 소재한 곳이 보은군 마로면이다. '마로'라는 지명의 유래가 모로성의 '모로'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당시 신라군의 군사 전개 과정을 이해하며 추정하는 것이다. 신라가 보은 삼년산성을 축조한 이후 신라군의 군사 전개 방향은 크게 3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1) 북으로 금북정맥을 넘어 미호천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남부여 및 고구려와 맞서는 것이고, 2) 서쪽으로 금강을 직공하여 옥천 고리산성(환산성) 방면으로 나가 백제의 동쪽 경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3) 서남쪽 보청천을 따라 옥천 청성면의 굴산성과 저점산성을 지나 보청천과 금강이 합류하는 부근에서 금강을 도하하여 남부여 관산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기리산성은 사벌주(경북 상주)에서 백두대간 화령을 넘어 삼년산성 이르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삼년산성 축조 당시 남쪽 보청천 방면(지금의 굴산성과 저점산성)은 아직 백제군의 수중에 있었을 것이고 만약 화령과 삼년산성간의 루트가 끊긴다면 철옹성 삼년산성은 고립의 화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청천과 화령~삼년산성 루트가 만나는 보은 마로면 관기리는 양수겸장의 요지라 할 수 있다. 즉 관기리산성은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세째는 <삼국사기>에 모로성이 삼년산성 다음 해 쌓았다는 사실이 나온다. 이는 삼년산성과 모로성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추론케한다. 즉 삼년산성 축조 이후 신라군의 전개와 지향 방향 등을 고려할 때 모로성은 삼년산성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초기에는 삼년산성을 호위하는 방어성 내지 중간성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 신라군이 보청천을 따라 서남진하여 지금의 굴산성을 정복하고 저점산성을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봉정사에서 바라본 관기리산성 전경

 

 

 

 

 

 

 

고봉정사

 

 

 

 

 

 

 

 

 

 

 

 

 

 

 

 

 

 

 

 

<2013년 11월 30일>

 

2011년 2월은 관기리 산성 내부 답사는 못하고 위치만 확인해 두었다. 3년 가까이 지나서야 겨우 내부 답사를 하고 글을 올리게 되었다. 마침 중부지방에 첫눈이 온 후라 토석혼축인 관기리산성 내부 답사는 성의 윤곽만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쉽다.

 

 

 관기리 사여마을에서 바라본 구병산(876.5m). 구병산 아래로 백두대간 화령으로 가는 길이다.

 

사여마을에서 바라본 관기리산성

 

멀리 서쪽으로 탄부면 일대가 보인다.

 

 사여마을 뒤쪽 민묘에서 올라갔다.

 

 사여마을과 마로면 소재지, 그 뒤로 구병산이 보인다.

 

 

 

 

 

삼년산성에서 내려온 삼가천과 보은읍에서 내려온 보청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남동쪽 산정상에 관기리산성이 위치하고 있다. 삼가천과 보청천이 관기리산성의 거대한 자연해자를 이루고 있다.

 

잡목들로 인해 길이 잘보이지 않는다. 대충 능선따라 걸으면 된다. 

 

 산성 성벽으로 추정되는 구간. 토석혼축이라 성벽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산성 내부

 

 방금 올라온 곳에서 아래로보니 제법 경사도가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산성은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산성 내부에서 바라본 삼가천과 보청천의 합강지점. 고대에는 거대한 늪지가 되어 산성의 자연해자가 되었을 것이다.

 

 산성 내부

 

 급경사를 이룬 성벽

 

 

 

내부 건물지로 추정

 

 산성 내부는 제법 평탄하다.

 

장대지에서 바라본 아래 건물지

 

 장대지로 추정된다.

 

 장대지에서 관기리산성 북쪽을 조망하였으나 잡목들로 시야가 좋지 않다. 삼가천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곧 삼년산성이 나온다.

 

 구병산 방면. 역시 잡목들로 시야가 좋지 않다.

 

 

 

 

 

 하산하며 구병산을 바라보다

 

 

 구병산

 

 관기리산성 전경

 

 

 

지근거리에 있는 고봉정사를 다시 찾았다.

 

 

 

 

고봉정사에는 산수유 열매가 우리를 반긴다.

 

 

 

 

 

 

 

 

고봉정

 

 고봉정에서 관기리산성을 바라보다

 

 

 화령 방면을 조망하고 있다.

 

 

 505번 지방도. 505번 지방도는 보청천을 따라 옥천군 청성면 굴산성과 저점산성까지 나있다. 옛날 신라군도 지금의 505번 지방도와 같이 보청천을 따라 굴산성을 공략했을 것이다.

 

505번 지방도(청산과 청성방면)

 

 505번 지방도(마로면 방면)

 

 관기리산성 남쪽 기대교에서 바라본 보청천

 

 우측 나트막한 산자락이 관기리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