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표제사진 - 계진리 산성 전경. 일완정이 보인다.>
금산은 고산들로 둘러싸인 구릉성 분지이다. 그래서인지 해발고도 732m인 금산읍 남쪽 진악산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그래서 금산의 진산은 진악산이리고 했다. 그런데 진악산의 위압 때문인지 친밀감과는 거리가 멀다. 금산읍에서 진악산은 심리적으로 먼 산 일 수도 있다. 물론 거리상 매우 가깝다. 그래서 가까운 남쪽에 해발고도 245m의 조종산이 금산 주민에게는 더욱 친밀할 수도 있겠다.
조종산 산정에는 삼국시대에 축조한 산성이 하나 있다. 바로 백제 진잉을군의 치소다. 지금은 산성인지 조차 알기 어렵다. 석축은 대부분 허물어져 성돌은 거의 없다. 금산읍 시내에 있는 금산읍성은 고려시대에 축조한 것인데(고려 때부터 군현의 치소로 평지성이 많이 축조되었다), 이때 조종산의 성돌을 빼다가 사용한 듯하다. 지금은 성벽을 이루던 흔적만 완연하다. 필자도 처음엔 토성인 줄 알았다.
임진왜란 때 금산읍성이 점령당하자, 토벌군인 해남 현감 변응정이 이곳 계진리산성에서 싸우다가 순절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1909년 금산군수로 부임한 홍범식은 1910년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하자 이곳 조종산에 올라 고종을 향해 북향 사배하고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결했다고 한다.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죽을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나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또 금산에는 조헌과 승려 영규가 이끈 의병 및 승려 연합군이 1만 5천명의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무덤인 칠백의총이 있다.
금산은 태생적으로 반일 충절의 땅인 셈이다. 그리고 조종산은 애국의 조종(祖宗)을 일깨운 산이다. 남쪽 진악산은 변응정이 왜군의 칼에 스러질 때도, 홍범식이 소나무에 목을 매려는 찰라도, 노도처럼 밀려든 왜군의 총칼에 7백 의인이 학살되는 그 순간에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조종산이여! 이제는 우리에게 증언해다오. 진정한 애국애족이 무엇인지.
금산소방서 좌측에 조종산을 오르는 산책로가 있다. 오르는 데는 2km가 아니라 어림잡아 3~400m 정도다.
금산 읍내
동남쪽으로 남산(232m)이 보인다.
코너를 돌면 바로 산성 전경이 보인다. 2km라는 설명에 처음엔 당황했다.
동벽. 석축의 흔적이 없어 토성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내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기와와 자기편이 출토된다고 한다. 집선문이 타날된 삼국시대 기와편과 격자문이 타날된 연질의 백제토기편이 수습된다고 한다. 이것들 중에 있으려냐?
동벽 아래
금산 시내
성내
홍범식 군수 순절터
일완정. 일완은 홍범식 군수의 호이다.
동벽 구간
동남벽구간 모퉁이 아래로 내려가는 길
동남벽 구간 모퉁이 아래
남벽구간의 평탄지
순절비
남쪽 진악산
산성의 서쪽
일완정에 올라 바라본 성내 평탄지. 지금은 무덤과 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진악산
산성 북벽 아래로 내려가는 길
산성 내부 조망
남벽에서 성너머 마을 가는 길이 나 있다. 이 부분에 석축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
남벽
남벽
아래에서 남벽을 바라보다.
김해김공 묘에서 바라보니 남벽이 완연하다.
고맙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합니다. 다시보니 작금의 국가적 슬픔에 꼭 들어맞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와 정부의 총체적인 불합리가 빚은 비극이다. 사회나 국가에서 애족의 기풍이 사라진지 7년만에 우리의 자화상은 한심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세월호는 매우 낡고 위험한 배고 따라서 5천만을 상대로 폭탄 돌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불행한 건 그들이 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 국민을 대신하여 그들이 희생당한 것이다. 앞으로도 개선하긴 어려울 것이다. 본질은 항상 어두운 곳에서 악마같은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관행들이 존속하는 한 불행과 비극은 지속될 것이다. ... ...
남벽. 성너머 마을에서 보니 진잉을군의 치소답다. 진잉을군이 남부여 최동부전선이고 보면 성벽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산성의 둘레는 850m로 당시 군현의 치소로는 넓은 편에 속한다. 그 위용이 느껴진다.
진악산
산성과 성너머 마을 옆 구릉을 보며 혹 보루성인지 하고 찍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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