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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기행 (충청도)/대전, 옥천

대전 흑석동산성 : 황산벌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던 <삼국사기>의 진현성인가?

<2012년 3월 11일>

 

 

 

<표제사진 - 두계천(갑천 상류)에서 바라본 흑석동산성>

 

 

대전 흑석동산성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정현성 혹은 진현성으로 비정되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태종무열왕 7년(660) 8월 2일 백제의 나머지 적병이 남잠성(南岑城)·정현성(貞峴城)·▣▣▣성을 차지하고 버텼다. 또 좌평 정무(正武)가 무리를 모아서 두시원악(豆尸原嶽)에 진을 치고 당나라와 신라 사람들을 노략질하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당나라 용삭 2년(662) 7월에 인원,인궤 등이 웅진 동쪽에서 복신의 남은 군사를 대파하고, 지라성(支羅城) 및 윤성(尹城), 대산(大山), 사정(沙井) 등의 목책을 함락시켰는데, 군사를 죽이고 사로잡은 것이 매우 많았으며, 군사들을 나누어 그곳에 계속하여 주둔시키고 수비하게 하였다. 복신 등은 진현성(眞峴城)이 강가에 있고, 높고 험하여 요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하여 군사를 증파하여 그곳을 지키게 하였다. 인궤가 밤에 신라 군사를 거느리고, 성에 가까이 접근하여 새벽에 입성하여 8백 명의 목을 베어 죽이니, 마침내 신라에서 오는 군량 수송로가 소통되었다.

 

<삼국사기>를 보면 660년~662년까지 진현성(혹은 정현성)은 남부여 부흥군의 주요 거점 중의 하나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신라 경주에서 사비까지 오는 주요 간선 도로(수레길) 상에 위치하여 군량 수송을 방해해서 신라군이나 당나라군을 고립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사기 잡지 지리 황산군 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진령현(鎭嶺縣)은 본래 백제의 진현현(眞峴縣)[()은 정()이라고도 한다]이었는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 지금은 진잠현(鎭岑縣)이다.

 

황산군의 영현으로 진령현이 있는데, 지금의 대전시 유성구 교촌동과 원내동(구 진잠) 일대로 추정된다. 그런데 백제 때에는 이곳 지명이 진현현 혹은 정현현으로 불린 것으로 나온다. 한자도 동일하다. <삼국사기>에서 이토록 자명한 지명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진현성(앞으로 진현성을 통일한다)은 진현현의 치소로 유성구 진잠 일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잠 일대 산성이 진현성일 가능성이 높다. 즉 흑석동산성은 지금의 진잠과는 떨어져 있어 진현성에서 배제된다.

지금의 진잠 일대에는 성북동산성이 있다. 따라서 성북동산성이 진현성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나당군이 진현성을 함락시키고 남부여 군사 8백명을 참살하는 기사가 나온다.

 

복신 등은 진현성(眞峴城)이 강가에 있고, 높고 험하여 요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하여 군사를 증파하여 그곳을 지키게 하였다. 인궤가 밤에 신라 군사를 거느리고, 성에 가까이 접근하여 새벽에 입성하여 8백 명의 목을 베어 죽이니, 마침내 신라에서 오는 군량 수송로가 소통되었다.

 

'진현성이 강가에 있고, 높고 험하여'라는 구절에서 성북동산성은 진현성일 가능성이 배제된다. 아무리 지형이 고대와는 달라졌다고 하나, 성북동산성은 강가에 있는 산성이 아니라 고개 남쪽에 위치한 성이라 강과는 별로 상관없다. 그렇다면 진현성은 두계천(갑천 상류)을 자연해자로 하는 흑석동산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백제 당시에는 흑석동산성이 진현현의 치소라고 보아야 한다. 진현성의 이름을 달고 있는 성이 아닌가?

 

관산성(옥천)에서 사비성(부여)으로 가는 고대 수렛길은 관산성-삼정동산성-사정동산성(사정책 혹은 사정성)-흑석동산성(진현성)-두계천 상류-양정고개(탄현으로 추정되나 이견은 많다. 만약 양정고개가 탄현이라면 이곳에는 목책이 없었다고 한다.)-황산벌-사비성(부여)으로 이어지는 루트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흑석동산성은 황산벌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던 진현현의 치소 성으로 유력하다.

 

신라는 삼한통일 이후 진현현의 이름을 진령현으로 바꾸고 지금의 진잠 부근인 성북동산성으로 치소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흑석동산성이나 성북동산성은 치소성으로 가능할 정도의 규모는 충분하다. 방어 목적이 아니라면 대전에서 연산(황산벌)가는 최단거리는 성북동 고개로 가는 것이 맞다. 따라서 평화시에는 굳이 흑석동산성이 중시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2012년 3월. 버스를 타고 흑석리로 향했다.

 

 

 

흑석리에서 내려 흑석리역으로 가다보면 호남선 철로 옆으로 한일시멘트가 보인다.

 

 

다리 위. 남쪽 매노천, 매노천 상류에 장태산이 있다.

 

 

흑석리 일대

 

 

다리 지나면 우측으로 흑석동산성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호남선 굴다리 지나

 

 

 

 

 

 

승상골이 나온다.

 

 

승상골 마을 뒷산길을 올라가면 산성가는 길이다.

 

 

흑석산성이라고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놨다. 갑천누리길 만든다고 예쁘게 꾸며놓은 것 같다.

 

 

우측길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연못이 나온다.

 

 

골안에서 남쪽 장태산 방면을 바라본다.

 

 

안내문

 

 

'밀암산성'으로도 불린다.  규모가 540m이다. 이 정도면 진현현의 치소 규모론 적당하다.

 

 

안내문에서 능선을 오른 후 다시 우측으로 능선길을 조금 걸어가야 한다.

 

 

 

 

 

 

 

 

 

 

 

 

 

 

 

산성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산성 입구에 다다른다.

 

 

산성의 입구로 남벽구간이다.

 

 

 

 

 

 

 

 

 

 

 

 

내부 평탄지

 

 

남벽 아래로 산성 입구이다.

 

 

산성 남벽 구간

 

 

 

 

 

 

성벽은 거의 허물어지고 산성의 윤곽만 남아 있다.

 

 

 

 

동벽구간

 

 

동벽 회곽도

 

 

 

 

 

 

동벽 아래

 

 

 

 

 

 

장대지

 

 

동북벽 모퉁이

 

 

장대지

 

 

동벽 구간 평탄지

 

 

 

 

 

 

동북벽 모퉁이 아래 무덤

 

 

 

 

동북벽 모퉁이 아래에서 허물어진 성의 윤곽을 추정해본다.

 

 

동북벽 모퉁이

 

 

 

 

 

 

 

 

북벽 아래 유천골

 

 

 

 

 

 

 

장대지 아래

 

 

서벽 부근 평탄지

 

 

서벽 부근에서 바라본 장대지

 

 

서벽 아래

 

 

 

 

 

 

서벽 아래로 난 하산길

 

 

서벽의 전경을 감상한다.

 

 

삼각점

 

 

기와편

 

 

산성 서쪽 두계천(두마천, 갑천 상류)이 보인다.

 

 

갑천이 동류하다가 흑석동산성의 서벽에 부딪히며 방향이 꺾여 다시 북류하는 구간이다. <삼국사기>의 표현처럼 진현성은 강가에 높이 솟아 있어 흑석동산성이 진현성으로 추정된다.

 

 

흑석동 산성 서쪽 아래 계곡을 통해 갑천변으로 내려왔다.

 

 

 

 

산성 서벽 아래 갑천변. 갑천은 동류하다가 이곳 산성 아래에서 꺾여 북류한다.

 

 

 

 

 

 

봉곡2교

 

 

 

 

산성 오르는 계곡. 답사시 이 길보단 승상골로 가는 것이 좋다.

 

 

 

 

봉곡2교에서 바라본 흑석동산성 전경. 갑천을 자연해자로 하는 천혜의 요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부여 부흥군이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명확하다.

 

 

갑천(두계천) 상류

 

 

벌갑천. 남쪽 대둔산에서 발원하여 논산시 벌곡면을 북류하며 관통하다가 이곳 흑석동산성(고무래봉) 아래에서 두계천과 합강하며 갑천의 근간을 만든다.

 

 

 

 

 

 

 

봉곡2교와 정면의 야실마을.

 

 

 

 

 

봉곡교 방향으로 걸어 흑석리로 향한다. 갑천누리길 2코스 구간이다.

 

 

흑석동산성 북벽 아래 마을인 유천골에서 남쪽의 갑천을 바라본다.

 

 

 

 

유천골에서 바라본 흑석동산성. 갑천을 자연해자로 한 철옹성이다.

 

 

 

 

 

 

유천골

 

 

한일시멘트 기둥이 보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한다. 물론 흑석리도 대전이지만.

 

<끝>